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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이는 꽃 밥은 따스함을 만들어 갑니다.

 

첫 개인전 때 소멸과 탄생, 죽음과 부활을 이야기 하는 낙엽의 작품에서, 지금의 고봉밥의 이야기까지, 나의 작업의 모티브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궁금함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근원이고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은 어머니입니다. 그 어머니의 대표적인 사랑의 표징을 엄마 밥, 고봉밥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우리 삶에 있어 가장 근원적 사랑이라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힘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님이 따뜻하게 차려 주시던 밥 한 그릇 나는 수북이 싸여 있는 따스한 밥을 보며 어머님의 사랑을 상상했습니다. 밥공기에 담긴 밥이 단지 허기만 채웠을까? 그 밥 심으로 꿈을 키우며 세상 살아가는 자양분이 된 것입니다. 사발에 꽃이 수북이 담긴 모습에서 충만한 사랑과 넘치는 축복을 그렸습니다. 내 작품은 사발에 고봉으로 밥이 담긴 모습처럼 꽃을 수북이 담아 희망과 꿈을 품고 행복 제물이 되어준 그 모성을 표현합니다. 작가의 삶을 산다는 것은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색감과 느낌 그리고 감동을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투박한 질그릇 또는 잘 다듬어진 도자기이든 꽃 밥을 담을 수 있는 그릇들은 어머님들이 많은 시간을 머물러야 했던 주방에 가득 모여 있습니다. 그 어떠한 그릇에 담겨져 있든 고봉밥처럼 수북이 담긴 내 그림의 꽃 밥은 작품의 꽃 밥의 높이처럼 꿈과 사랑의 높이와 깊이도 깊어진다고 생각 합니다 막사발, 질그릇, 유기그릇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그릇들은 무엇인가 담기 위해 그 공간을 비워 놓았습니다. 어머님의 사랑이 담기는 그릇들 우리의 어머님은 그릇에 담기 위해 본인의 마음을 항상 덜어 내는 것이 아닐까요?

 

봄이면 새순으로 가득 자리하는 집 앞의 회양목을 보면서 우리 어머님의 마음은 덜어 내면 덜어 낼수록 새로운 회양목 잎들로 다시 채워지는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의 장엄함에 조용히 머리 숙여 봅니다. 회양목의 새 순을 보면서 여름날의 무성해질 잎도 기대됩니다. 마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발에 어머니를 연상하고, 회양목 잎을 그리면서 내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사랑은 주면 줄수록 커지는 구나” 생명의 근원에서 시작한 나의 이야기는 어머님의 사랑을 ‘고봉꽃밥’에서, 회양목 잎을 사발에 담아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나의 작은 붓놀림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지금의 세상을 보면서 잠시 쉬어가도 될 텐데... 내 작품에 눈을 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고봉 꽃 밥을 선물해 주고 싶은 생각으로 오늘도 꽃 밥은 수북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재료사용에 있어서 전통적인 장지에 분채, 석채를 사용하지만, 오로지 나만의 독특함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재료사용에 주저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 합니다. 주로 작품 속에 사발은 작품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표현합니다. 석채를 두텁게 덧발라 투박한 질그릇의 느낌도 표현하고, 금분을 이용하여 반짝이는 유기그릇도 연상케 합니다. 자개가루를 이용하여 사발에 색다른 표현을 한 작품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재료로 표현된 작품이 보여 질 것입니다.

 

2022 8 21

작가 ​노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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